*GOOD BUILDER

INTERVIEW

"물성에 대한 탐구와 실질적인 구조"

오지훈 가구 디자이너 인터뷰

PROLOGUE

프롤로그

Coldbleu, 무척이나 차가운 어감이다. 그의 가구 또한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다. 멋스럽게 수염을 기른 그의 사진은 어쩐지 거칠고 까칠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른 오전 상암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지하의 작업실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그는, 세상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근처 카페가 열지 않았다며 따뜻한 편의점 커피를 건넸다. 이윽고 이 근방에 어떤 카페가 맛있다는 둥, 오는 길에 또 택시를 탔다며 부자가 되기는 글렀다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없이 뾰족할 것 같았던 그는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가구와 라이프스타일에는 또 어떤 반전이 숨어 있을까? 준비한 질문들을 꺼낸 채 그를 마주하며, 머릿속에 맴도는 잔상들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Edit, Photograph

Donghoon Lee 동훈 / @ldhooon

Interviewer 

Jihoon Oh 오지훈 / @coldbleu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보고 처음에는 커피 업계에 종사하는 분인 줄 알았어요. @Coldbleu라는 이름을 붙인 계기가 있나요?


안그래도 물어보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커피와 인연이 깊은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콜드브루 커피를 딱히 좋아하진 않아요. 이름에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파란색을 의미하는 "bleu" 그리고 차가움을 의미하는 "cold" 두 단어를 조합하여 만들어냈던 단순한 작명이에요. 예전부터 파란색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프랑스 출신 ‘이브 클라인’이라는 작가의 《Blue Monochrome》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낸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 색으로 구성된 추상 회화인데, 파란색 자체가 가지는 순수함과 무한함에 큰 감동을 받았었어요. 언젠가 파란색의 가구 연작을 진행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색에 많은 영감을 받나봐요. 가구에 주로 블랙 컬러를 사용하던데, 그 또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막연히 가구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선언(?)하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던 시기에, 우연히 ‘카지미르 말레비치’ 작가의 《검은 사각형》 이라는 작품을 접했어요. 커다란 화면에 검은색 사각형 말고는 어떤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추상화였는데, 뭔가 표현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어요. 불필요한 설명을 배제하고 명확한 핵심만 남겨둔 그의 사각형을 보며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나만의 ‘검은 사각형’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하나 둘 씩 디자인하다 보니 지금의 디자인 언어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가구들이 왜 직선 위주의 간결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되는지 궁금했는데,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가구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뭔가 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차별화된 나만의 색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거든요. 다른 가구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마음에 넣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넣기도 했고요. 그 찰나에 말레비치의 작품을 보고, 꾸밈없이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그가 표현한 ‘검은색’과 같은 요소가 가구에서는 무엇일 지 생각했을 때 모든 구조의 토대를 이루는 ‘수직’과 ‘수평’이 떠올랐고요. 이를 기반으로 가구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어요.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에 영감을 얻어 완성한 가구 작업

가장 기억에 남는 커머셜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어요?

가장 처음 진행했던 ‘무너미’라는 카페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공간에 놓여질 가구 전반을 디자인했는데, 첫 상업 프로젝트라 내 공간 만들 듯 하나하나 채우고 다듬었어요. 정말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지금도 무너미를 가면 내 집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의 뉘앙스를 가졌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디자인한 건가요?


사실 무너미라는 이름 자체를 제가 지어줬어요. ‘수유’라는 뜻에서 착안했던 단어였는데, 클라이언트 분이 수유 출신이거든요.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어요. 본인이 가장 익숙하고 편한 공간에서 카페를 차리고 싶었다고 해요. 그래서 아예 수유라는 단어의 뜻을 살려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물 수(水) 자와 넘칠 유(踰) 자를 써서 붙여진 수유는 예로부터 북한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이 마을을 넘쳤기 때문이래요. 의미를 듣고 자연스레 ‘물넘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조금 더 부드러운 어감의 ‘무너미’를 이름으로 제안했어요.

클라이언트 분이 오래도록 살아왔고 가장 자연스럽게 머무르는 동네인 만큼, 방문하는 분들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거네요?

맞아요. 공간이 주는 힘이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호두나무를 사용했고, 원목이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구들을 만드는데에 중점을 두었어요. 같은 나무는 같은 수종이라 해도 각자의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요.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고요. 원목 그대로를 드러내는 작업을 할 때에는 나무의 옹이같은 부분들을 일부러 남겨놓고는 해요. 뭔가 자연이 주는 선물 같아요.

얼마전 지훈 디자이너가 진행했던 ‘타운커피바’ 가구 작업들의 경우 무너미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아요.


초반에 언급했듯, 가구의 쓰임을 만드는 최소한의 본질적인 요소들만을 남겨두었을 때 나타나는 수직과 수평의 조형 자체에 아름 다움을 느끼고 이를 기반으로 가구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저는 제 가구를 ‘프레임 가구’라고 부르는데, 프레임 가구가 블랙 컬러를 만났을 때와 원목 그대로 제작이 되었을 때 각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아요. 매 프로젝트마다 클라이언트 분이 원하는 방향성에 맞추어 디자인하는 편이에요.

최근 제작한 가구들에 철을 사용한 부분이 흥미로워요. 기존에 주로 다뤄왔던 나무와 더불어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극적으로 조합한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프레임 가구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나무라는 물성의 단점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나무 자체가 일단 갈라지고 휘어지는 등 온도와 습도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재료이기도 하고요. 최소한의 구조만을 남겨두는 제 조형 방식의 디자인에서는 가끔 강도의 문제가 있기도 해요. 그에 반해 스테인리스는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 뿐더러 무게에 대한 하중을 크게 견딜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조금씩 조합해서 사용해보고 있어요.

자연 재료와 인공 재료의 대비되는 물성이 재밌는 것 같아요. 다양한 조합으로 표현될 앞으로의 프레임 가구가 기대돼요.

스테인리스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어요. (웃음)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다른 물성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돌이라던지요. 각자의 고유한 성질에서 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나무를 만지는 일이 쉽지 많은 않을 것 같아요.


작업하는 건 늘 즐겁지만 몇 가지 직업적인 고충은 있어요. 작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을 때 톱밥이 한가득 나오거든요. 코를 풀어도, 머리를 털어도, 심지어 신발 속에서도요. 예전에는 옷 사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엄두도 못내요. 이외에도 목공 장비들 특성상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매사에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거칠고 바쁜 환경 속에서 더욱 훌륭히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들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요.

아이패드는 필수품이에요. 맥북도 쓰고 있지만 아이패드가 조금 더 활용도가 높아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거나 간단한 가구를 직관적으로 설계할 때에 많이 써요. 미팅 시에도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요. 

지훈 디자이너는 애플워치의 시리 "siri" 를 정말 잘 사용하는 것 같아요. 오늘만 해도 10번 이상을 불렀어요.

아, 애플워치도 필수에요. 시리 없으면 못살아요. (웃음) 보통 데스크 작업 기반의 디자인 업무보다 직접 가구를 만드는 제작 업무가 더 많은 편이거든요. 하루의 반 이상을 톱밥 가득한 작업실에서 큰 소음들과 함께하다 보니 핸드폰을 거의 못 보는데, 애플워치는 손목에 차는 것만으로도 무슨 알림이 오는지 즉각 볼 수 있고 급한 전화도 받을 수도 있어서 편해요. 여담인데, 요즘 구글의 인공 지능 스피커를 아주 편리하게 쓰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케이 구글, 나 일어났어’ 라고만 말해도 방 조명이 켜지고 오늘 날씨 예정된 스케줄까지 다 알려줘요. 그리고 노래를 틀어주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웃음) 이게 다 직업적인 특성으로 인해 생겨난 습관인 같아요.

하반기에 작업실 겸 클래스를 진행하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공간을 준비하며 지향하는 지점들이 궁금해요.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도요.


의뢰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조금 더 넓은 작업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제 가구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자유롭게 찾아오셔서 각자 만들고 싶은 가구를 제작해볼 수 있는 가벼운 클래스를 진행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느꼈던 생각 들을 천천히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특히 올 해에는 그간 정신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아트 퍼니처 작품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어요. 보다 실험적이고 다양하게요. 

빌더굿의 점프수트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나요? 사용하며 느꼈던 점도 궁금해요.

놀랐던 게, 작업 후에 톱밥이 무척이나 잘 털어지더라고요. 작업 동안에는 크고 작은 나무 조각들도 잘 막아줬고요. 내구성이 좋은 원단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꽤나 튼튼한 소재임에도 무척이나 가볍고 편안한 점 또한 기분 좋게 작업할 수 있었던 포인트였고요. 각자 기능이 다른 수납 포켓들이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 점도 좋았는데, 특히 펜을 꽂을 수 있도록 마련된 별도의 스트랩은 활용 가치가 매우 높았어요. 자유롭게 팔을 걷을 수 있도록 소매 폭을 줄이는 부분이 고무줄로 이루어진 세심한 디테일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전에 캡슐백을 쓰면서도 느꼈지만, 빌더굿은 저와 같이 활동적인 워크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가는 이들의 다양한 특성들을 고려해 여러 장점들을 잘 적용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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